2024년 12월 19일 목요일

살아 낸다는 것


살아 낸다는 것
감당해 낸다는 것

근원적인 슬픔을 느낀다
관계의 척추가 무너져있다
피해의식과 불안감이 꿉꿉하게 스며 들어있다
이미 눅눅하고 축축한데
왜 애써 그것을 부정하는가

살아 낸다는 것
버텨 낸다는 것

허무의 폭우 아래에서 헛된 진리의 우산을 썼다
결국에는 다 젖고말터인데
이미 망가진 우산을 붙잡고
비를 피하고 있다고 자위했었다

좌절보다는 분노를
분노보다는 해탈을
천국보단 열반을

신은 죽었다
신이 살아있다면 그 신은 적어도 실패했다
전지전능하지 못한 신은 신이 아니기에
그렇게 신은 죽었다

신의 묘비 앞에 서서 깊은 한숨 내쉰 후
마음을 가다듬고 원래의 나로 회귀하려 한다
나는 더이상 죄인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에게 구원은 필요없다

신실한척 하지말라
카메라 보정 어플에 익숙해서 실재 모습을 잃어가는것 처럼
영과 정신마저 스스로를 속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을 앞세우지 말라
그냥 우리는 한낮 나약한 인간일 뿐이며
너가 부족하듯 나도 부족하고
너가 노력했듯 나도 노력했다

나의 행복과 불행은 너때문이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짐은 오롯이 내 몫이다
많이 부족하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냥 그 정도로만 최선을 다해 본다

그 뿐이다
타인을 탓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바뀌진 않는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의 짐을 지고 있을 뿐이다

내가 내 짐을 거뜬히 짊어 지고
타인의 짐까지 더 들어줄 수 있는
체력과 시간적 여유가 되었을때
그리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졌을때

그때 당당히 신 앞에 서서
내가 죄인이었음을 고백하고
구원을 청해볼터이니

그 전까지
그 누구도 나를 죄인이라 칭하지 말 것이며
함부로 평가하지 마라
아무것도 바뀌진 않는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의 짐을 지고 있을 뿐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냥 그렇게 그 정도로만 최선을 다하며
살아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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